2020-02-23 부임미사 강론 / 김동희 모세 신부
마두동 성당 부임미사 (연중 제7주일) 강론
2020년 2월 23일, 김동희 신부
찬미 예수님!
이번에 마두동본당 주임사제로 새로 부임해온 김동희 모이세 신부입니다. 저와 함께 협력사제로 임용훈 디모테오 신부님, 이규섭 스테파노 신부님, 그리고 막내로 새 신부님인 박준 야고보 신부님이 부임해 왔습니다. 정들었던 네 분 신부님 떠나보내셔서 마음 짠하시지요? 새로 온 저희들이 그 빈자리 매워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들이 주님의 향기 나는, 그리고 더불어 여러분들과도 가까워져 양들의 냄새가 나는 ‘괜찮은 목자’가 될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새 신부님의 첫미사에 참여했다가 그 추천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마음에 크게 다가와 신부님께 부탁드려 강론 원고를 얻었는데 그 일부를 읽어드릴까 합니다.
“사제는 누구입니까? 사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뽑힌 이, 하느님의 종 된 사람입니다. 종이란 남에게 얽매여 그 명령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사람을 일컫는 옛 말입니다. 이런 종의 본질은 잘나고 뛰어나고 위대함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못나고 보잘 것 없고, 쓸모없음에 그 본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제는 철저히 하느님 앞에서 자기가 없는 존재입니다. 어디서든 하느님이 가라 하면 가고, 오라 하면 오는 수동적인 존재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전혀 내세울 것이 없는 쓸모없는 종이기에 사제에게는 순명하고 순종하는 것이 가장 완전한 기쁨이 됩니다. 한마디로 사제는 자신을 버리고 비우며 기쁘게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 위에서 죽어가는 존재입니다.
또 이런 사제에게는 배우자가 없습니다. 모자라고 부족함이 많기에 가정생활의 위로가 더 필요할 듯한데 교회는 사제들에게 가정생활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가정이란 조건 없이, 이유 없이 내게 잘해 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그러나 사제들에게는 조건 없이 이유 없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중략)
사실 기도의 힘이 아니면 그 누구도 사제의 길을 가지 못합니다. 오직 기도의 힘만이 사제를 사제로 살게끔 만들어 주고 지탱시켜 줍니다. 그래서 더욱 간곡히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교우님들은 늘 사제를 위해 기도해 주셔야 한다는 것이고, 어디서나 기도로써 사제와 한편이 되어주시고 지지해 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래는 새 신부님을 위해 기도를 부탁하는 강론인데, 저희에게도 딱 맞는 말씀인 듯합니다.
돌아오는 수요일이 ‘재의 수요일’입니다. 일 년 가운데 가장 거룩하게 보내야 할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희생하고, 봉사해야 할 때에 ‘코로나 19’의 확산 사태로 인해 본당공동체와 우리 교우분들의 삶이 부득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토요일인 어제 6지구 지구장님과 주임신부들의 대책회의에서는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 본당의 미사는 평소대로 봉헌하지만, 감기 환자나 노약자 특히 “코로나19로 인하여 불안해하는 교우”들은 주일미사 의무를 관면하고 그날의 성경말씀을 묵상하거나 묵주기도 5단, 선행 등을 대송으로 바칠 수 있으며, 서로를 지켜주는 아름다운 배려의 차원에서 모든 신자와 사제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 교구의 사목지침에 더하여
- 전례(미사, 성시간, 십자가의 길 등) 모임 이외 본당의 모든 모임과
- 카페, 성물방 등 모든 판매도 중지하기로,
- 미사 중에 성가도 부르지 않고, 영성체 때에 ‘그리스도의 몸’ ‘아멘’도 공동으로 한번만 하기로 정하였습니다.
- 또 어린이미사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모든 미사에 복사도 세우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다소 과하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으시겠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헤아리고, 예방이 최선책이라는 정부의 관리지침에 따라 결정하여 교구장 주교님의 허락을 득한 사항이니만큼,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코로나 19에 따른 어려움으로 우리 신앙이 위축될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자신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깊이 체험하고서도 일상의 삶에 길들여져 타성적이고 의무적인 신앙생활에 쉬이 떨어지기도 하는 우리들입니다. 어려운 가운데 맞이하는 사순시기이니만큼 자신의 신앙을 성찰하고 성숙시키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가정 안에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성서 읽기와 묵주기도 등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권해드리며, 성당은 신자들의 개인 기도를 위해 예전 그대로 개방하겠습니다. 다만 밀폐된 공간이 갖는 감염 위험성 때문에 부득이 고해실과 성체조배실 이용을 중단하겠습니다. 개인기도를 원하시는 분들은 대성전을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처럼 신앙생활에 있어 모든 것이 여의치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음을 분발시켜 가족들이 함께 일치하여 기도하며 은혜로운 사순시기를 만들어 가시기를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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