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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

20200301() -어린이, 청소년, 청년 강론

1독서: 창세 2,7-9; 3,1-7 / 1독서 로마 5,12-19 / 복음: 마태 4,1-11

 

 

박준 야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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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만나자 마자 헤어져야 했던 우리 마두동 성당의 어린이, 청소년, 청년 그리고 가족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박준 야고보 신부입니다. 서로 얼굴과 이름을 기억할 틈도 없이 서로 격리되어 버렸지만 이렇게 짧은 나눔을 통해서나마 뵙습니다.

 

위 사진은 작년 12월 신학교 졸업 여행으로 동기들과 함께 다녀온 이스라엘에서 찍은 광야의 모습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광야는 정말 넓고, 메마른 땅입니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사막의 모습과는 또 다릅니다. 아무런 생명체도 살 수 없을 것처럼 말라있으면서도, 그 웅장한 모습을 통해 무언가 가득 차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하느님조차 떠올리지 못하게 만드는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하느님 외에 다른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성당에도 가지 못하고 서로 만나지도 못하는 마치 광야와도 같은 요즘 시기에 우리는 사순 제1주일을 보내고 있지요. 마치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시간이 길어지면 왠지 하느님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유혹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뱀이 하와를 유혹하면서 말합니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유혹에 넘어간 하와와 아담은 결국 선악과를 따먹고 말았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고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던 아담과 하와는 결국 하느님과 더 멀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와보다 더 큰 유혹을 당하십니다. 악마는 하느님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예수님을 마치 히어로처럼 치켜세웁니다. 수퍼맨과 베트맨 시리즈를 비롯해서 엑스맨, 어벤져스 등 지난 10여년 동안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히어로 무비들을 보면 그들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자신만의 특별한 힘을 사용해서 사람들을 돕습니다. 그리고 쉽게 죽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에 예수님은 이러한 히어로 같은 분이셔야 마땅한데, 예수님은 당신의 힘을 보여주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는 하느님의 힘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하와나 아담과 달리 내 힘으로 나는 살 수 있다. 결코 죽지 않을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힘이 드러나실 수 있도록 악마의 교묘한 속삭임에 하느님의 말씀으로 대응하십니다. 끝까지 하느님과의 끈을 놓치지 않고 붙들고 계십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첫 주일인데 성당도 가지 못하고 하느님과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는 우리는 넓고 메마른 광야에 혼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때에 찾아오는 유혹을 조심해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고 하느님 만나지 않고도 잘 사네~ 내 힘으로 사는 것이 더 쉽고 편하네~’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혹에 맞서기 위해서 사순시기 동안, 특별히 성당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 시기 동안 각자 나름의 실천사항을 정하고 지키도록 노력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령, 쉽게 지나치거나 사소한 일로 생각할 수 있는 식사 전·후 기도 혹은 아침·저녁 기도를 빠지지 않고 바친다거나, 매일 저녁 9시 남한과 북한의 평화를 위해 바치는 주모경과 더불어서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워하고 있는 형제/자매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는 등의 실천사항입니다. 나의 힘 보다는 하느님의 보살피심에 더욱 의지하려고 하는 노력 끝에는 분명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통해 우리를 돌보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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