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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 화요일]

20200310()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이사 1,10.16-20 / 복음: 마태 2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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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예수님

 

 

문득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작년 부제 서품식이 떠올랐습니다. 서품식 중에는 수품자들이 제단에 엎드린 채 성인/성녀들께 청원하는 예식이 있습니다. 여러 선배 신부님들께서 서품식 때 엎드려서 바치는 기도는 하느님께서 반드시 이루어주신다고 말씀해 주셨기에, 저도 제 힘으로 이루기 어려운 것을 청했습니다.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청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두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첫 번째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처럼 겉으로 보이기 위해 하지 말라 당부하십니다. 두 번째로 자신을 낮추어 겸손해지라 말씀하십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성찰이 되는 복음 말씀입니다. 열심한 그리스도인에게, 특별히 사제직을 이제 막 시작한 저에게는 영적인 교만의 유혹이 자주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영적인 교만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스스로 겸손한 사람임을 자처하는 일입니다. 스스로 훌륭한 그리스도인이자 사제임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는 욕심이지요.

 

부제품과 사제품을 통해 교회의 공인이 되어가면서 교우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영적인 지원 뿐 만 아니라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성찰해 보면 저는 교우님들의 물적 지원을 순수한 마음으로 감사히 받지 못했습니다. 여러 호의들을 거절할 때에 송구한 마음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겸손하게 거절하는 신부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거절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의 이면에는 교우들의 도움이 아니어도 홀로 설 수 있다라는 교만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논리적으로 보면 역설에 해당합니다. 높은 것은 높은 것이고, 낮은 것은 낮은 것인데, 그 반대로 이루어진다 하시니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는 이것이 가능합니다.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편에 서시기 위해, 하느님과 이웃의 도움이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는, 한 명의 사람이 되기를 자처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도움이 필요한 존재임을 겸손되이 받아들이심으로써 오히려 더욱 완전한 사람이 되셨습니다.

 

  제 자신 또한 하느님과 이웃의 도움이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는 부족한 사람임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정할 때에 오히려 더욱 큰 은총이 함께 하심을 믿고 고백합니다. 여러 물리적인 어려움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요즘 하느님과 내 이웃들의 도우심에 의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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