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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 토요일 강론

 

 

2020314, 이규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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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여러분을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만납니다. 잘 지내십니까?

오늘 복음은 되찾은 아들의 비유의 말씀입니다. ‘램브란트의 성화로도 유명한 내용입니다. 이 그림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복음을 처음 대했을 때 저는 제 자신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제게는 동생이 있고, 그 동생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사업을 했지만 파산을 하고 말았습니다. 부모님은 여동생과 남동생이 결혼을 할 때 혼수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신앙이 없으셨던 부모님은 제가 성당에 다니는 것에, 더욱이 사제가 되는 것에 무척 반대가 심하셨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으로부터 새 옷을 받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힘들게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동생들이 부러웠고 그런 면에서 아마도 저는 오늘 복음의 큰아들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받았으면서도 결국은 파산을 하고만 동생이 그렇게 가엾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생이 운영을 잘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월이라고까지 할 수 없는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동생의 어려움을 알게 되고, 동생의 십자가도 알게 되고, 동생의 고통도 알게 되었습니다. 동생을 생각하면서 저는 큰아들이 아니라 아버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동생을 어릴 적의 모습으로 돌려놓고 싶었습니다. 동생이 중2, 저는 대학생이 되면서 떨어져 살았는데 다시 형제의 정을 나누며 살고 싶었습니다. 제가 해야 했던 일을 동생이 했고 제가 당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동생이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아버지로서 동생을 대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 노릇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생의 기분을 전환해 줄 수 있다면, 용기를 가지게 할 수 있다면, 희망을 가지고 살게 해 줄 수 있다면 뭐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동생과 소주잔도 기울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동생이 여행을 같이 가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동생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옷을 가져다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아야 합니다. 먹고 즐겨야 합니다. 내 가슴속에서 지워졌던 동생을 다시 도로 찾아야합니다.

 

질투와 욕심이 피해의식을 만들고 미움을 만들고 분열을 만들고 싸움을 만듭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질투가 아니라 동생을 사랑하는 일이었습니다우리의 개인적인 삶도 힘들고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도 혼란스럽습니다. 한 장의 마스크를 아껴 쓰고 나누어 쓴다면 힘차게 이겨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눔과 배려는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큰아들이 되어 억울함과 분노로 살아가기보다 잃었던 작은 아들을 되찾는 아버지가 됩시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성찰도 해보고 아버지 하느님께서 우리를 대하시듯 아버지 흉내라도 내보는 하루는 어떠십니까?

 

건강하시길 빕니다.

 

이규섭 신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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