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6 사순 제3주간 월요일 강론 / 박준 야고보 신부

by 박준신부 posted Mar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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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간 월요일]

20200316()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2열왕 5,1-15/ 복음: 루카 4,24-30

빛으로 오시는 주님.jpg

 

 

 

+ 찬미예수님

벌써 사순시기가 절반 가까이 지나갔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교우분들 평생에 다시없을 특별한사순시기입니다. 많은 분들, 특히 환자 본인들과 가족들, 의료진들, 경기 침체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신 분들이 감수해야했던 고통들만큼이나 그것을 보다 그리스도인다운 방법으로 이겨낼 지혜를 청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 돌아보았을 때에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기 보다 특별했던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인셉션이라는 영화는 상대방의 꿈에 침투하여 특정 관념을 심어주는 내용의 SF 영화입니다. 2010년에 개봉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거기서 이러한 대사가 등장합니다.

가장 강력한 기생충은 박테리아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니고 머릿속 깊이 박힌 관념(Idea)이다.

이는 치명적이고 전염성도 강하다.”

특별히 나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내가 느끼고, 알고 있는 것이 '분명 옳다'라는 관념은,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드러나기 전까지는 매우 강력하게 나를 지배합니다. 지나가는 누군가를 잘 아는 사람으로 착각하여 말을 건다거나, 사소한 논쟁 중에 내가 분명 옳다확신하고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가 망신을 당하는 경우. 저를 포함해서 우리에게 이러한 경험 한 번쯤은 있지요.

 

일상에서 이러한 착각은 그저 작은 해프닝정도로 지나가지만, 신앙생활 안에서의 잘못된 관념은 우리를 하느님과 낯선 관계에 놓이게 합니다. 특히 내가 지닌 경험과 지식, 혹은 외적인 힘 덕분에 나는 하느님이 낯설지 않다.’라는 교만함은 오히려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이방인이 되게 만듭니다. 반대로 내가 하느님과 잘 아는 사이일 수 있는 것은 내 힘이 아닌 하느님께서 그렇게 해 주시는 덕분이다.’라는 겸손은 오히려 하느님과 나를 가까운 사이로 만들어 줍니다.

 

이방인임에도 기적을 체험한 나아만과 이스라엘 백성임에도 예수님께로부터 비난을 받은 고향 사람들의 차이는 교만이었습니다. 나의 지식이나 경험, 혹은 나의 사회적 능력을 확신하는가? 혹은 자신을 내려놓고 하느님이 베푸시는 자비의 기준을 따르는가? 나아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더 좋은 치료 방법이 있음에도 하느님의 방법을 택합니다.(참조: 2열왕 5,12) 그러나 나자렛 사람들, 그리고 예수님께서 자주 질책하셨던 당시의 기득권 세력은 하느님의 자비가 아니라 자신들이 머리로 알고 있던 지식, 종교/사회적으로 지니고 있는 권력에 구원의 기준을 두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루카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나자렛에서 희년을 선포하신 직후에 오늘 복음 내용이 이어집니다. 결국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자비가 아닌 내가 경험하여 알고 있는 예수님께 대한 관념으로 인해 그들은 하느님과 낯선 사이 취급을 받은 것이지요.

 

사순시기는 그 동안 내가 어떤 착각에 빠져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하느님의 기준으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나 자신에 대해 혹은 하느님께 대해 내가 지녔던 관념을 버리고 하느님께서 선포해 주시는 희망을 먼저 떠올림으로써 하느님과 가까운 사이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내가 만들어낸 가짜 희망이 아닌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희망에 의탁합니다.

 

얼굴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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