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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간 월요일 강론

 

 

2020323, 김동희 모이세 신부

 

 

 

 

교회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정서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을 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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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생활을 하면서 만난 이들 가운데 본당공동체를 떠나거나 가톨릭교회를 등진 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세월이 꽤 지났지만 아직도 이름과 얼굴이 떠오르고 마음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다수가 신자들 또는 사제나 수도자들과 불화하여 실망하고 떠난 이들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안타깝게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들이 사람들만 보지 않고 하느님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염두에 두었더라면.

 

 

 

 

성주간을 비롯하여 사순시기를 통해 교회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정서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을 깊게 하는 것”(강론지침, 77)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교회 안에서의 여러 만남과 활동들을 통해서 감동과 기쁨, 위로와 사랑을 느끼고 체험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하느님에 대한 깊은 지식과 신뢰에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더 나아가 하느님으로 말미암은 자신의 무한한 존엄과 세상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대한 눈뜸에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한번 불고 슬그머니 사라진 봄바람과 다를 게 무엇이겠습니까.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를 떠나 갈릴래아로 가셨다.

예수님께서는 친히,

예언자는 자기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증언하신 적이 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 가시자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분을 맞아들였다.

그들도 축제를 지내러 예루살렘에 갔다가,

예수님께서 축제 때에 그곳에서 하신 모든 일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의 시작 부분입니다. 공생활 초기에는 예수님의 고향 땅인 갈릴래아 사람들의 푸대접이 심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축제를 지내러 예루살렘에서 갔다가 예수님이 일으키신 놀라운 표징들’(요한 2,23)을 보고나서는 그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점은 요한복음서가 예수님이 일으키신 놀라운 표징들을 언급하면서도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여기에서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사람들의 태도를 단박에 바꿔놓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겠지만, 그것이 그리 대단치 않다는 논지지요.

 

 

이어서, 예수님께서 첫 기적을 행하셨던 갈릴래아 카나에 가셨을 때 이방인 왕실 관리 하나가 카파르나움에서 예수님을 찾아와 자기 아들이 죽게 되었으니 함께 가서 아들을 고쳐 주십사 청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대답은 야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 아픈 자식에 대한 염려와 불안으로 예수님께 한 걸음에 달려왔을 터이기에 섭섭할 만도 하고 분노가 솟구칠 만도 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왕실 관리는 그래도 자신의 아이가 죽기 전에 함께 가 달라고 사정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말씀하시자 그는 그 말씀을 믿고 떠나갑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바로 그 시간에 아이가 살아납니다. “그리하여 그와 그의 온 집안이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왕실 관리 한 사람의 믿음과 신뢰였지만 그것은 가족들 모두에게로 이어졌습니다. 교회가 희망하는 신앙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비로소 요한복음서는 표징의 실체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떠나 갈릴래아로 가시어 두 반째 표징을 일으키셨다.” 제 아무리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놀라운 이적이라 해도 믿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표징이 아닙니다.

 

 

 

 

신앙은 하느님이 주시는 크고도 큰 선물입니다. 믿음의 부자 되십시오.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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