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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일() 강론

 

 

2020329, 김동희 모이세 신부

 

 

주 하느님, 성자께서는 죽기까지 세상을 사랑하셨으니...” (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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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교회가 이 사순시기에 하고픈 말이 참으로 많은가 봅니다. 연속 3주일에 걸쳐 길고도 긴 복음을 들려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순3주일의 복음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요한 3), 지난주 복음은 태생소경 이야기’(요한 9)였고, 사순 제5주일인 오늘의 복음은 라자로의 소생 이야기’(요한 11)입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죄(사마리아 여인), 무지(눈먼 이), 죽음(라자로)에서 벗어나 믿음에로 나아가는 신앙인들의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또 반대로 더욱 완고해져 가는 불신자들의 이야기가 복음 이야기의 얼개를 이루어가는 것이지요. 빛이 밝아 올수록 어둠은 더욱 극명하게 어둠으로 나타납니다.

 

 

라자로가 앓고 있다는 말을 들으시고서도 예수님은 계시던 곳에서 이틀을 더 머무르신 후 제자들에게 다시 유다로 가자.” “우리의 친구 라자로가 잠들었다. 내가 가서 그를 깨우겠다.” 하십니다. 스승님, 바로 얼마 전에 유다인들이 스승님께 돌을 던지려고 하였는데, 다시 그리로 가시렵니까?”하며 제자들이 만류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토마스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 다시금 유다로 향해 가시는 예수님의 발걸음은 죽음을 무릅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하는 친구 라자로를 살리는 동시에 당신 제자들을 참된 믿음에로 이끌기 위한 기꺼운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너희가 믿게 될 터이니, 나는 너희 때문에 기쁘다.”

 

 

예수님께서는 라자로가 무덤에 묻힌 지 나흘이나 지난 후에야 베타니아에 도착하셨습니다. 베타니아가 예루살렘에서 열다섯 스타디온쯤 되는 짧은 거리라 했는데, 1스타디온이 약 180미터정도이니 적대자들이 우글거리는 예루살렘과는 불과 2.7km, 시간상으로는 도보로 30분 조금 넘는 아주 가까운 거리입니다. 왜 토마스가 우리도 함께 죽으러 갑시다.” 했는지 실감이 나시지요?

 

 

예수님께서는 친구 라자로의 무덤 앞에서 슬픔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십니다.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당신과 그렇게나 가까웠던 베타니아의 두 자매조차도 당신을 온전히 알고 신뢰할 수 없음에 따른 먹먹한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신 후 라자로를 일으키십니다.

 

 

돌을 치워라.”

네가 믿으면 하느님의 영광을 보리라.”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그를 풀어 주어 걸어가게 하여라.”

 

 

죽었던 이는 걸어 나오고, 그 일을 지켜 본 많은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믿게 됩니다. 죽음을 각오한 여정은 그렇게 해서 친구를 살리고 믿음을 일으키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지막 표징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을 노리는 어둠의 손길은 더욱 가까이 다가오게 됩니다.

 

 

사순 제5주일인 오늘의 전례를 요약하고 있는 본기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 하느님, 성자께서는 죽기까지 세상을 사랑하셨으니, 주님의 도우심으로 저희도 그 사랑 안에서 기쁘게 살아가게 하소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상 곳곳에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하느님의 징벌을 운운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리스도 예수님은 라자로의 무덤에서 슬픔의 눈물을 흘리신 그의 벗이셨습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그를 찾아가고 살리신 구세주이십니다.

 

 

 

 

얼마 전, 코로나19 확진자였던 이탈리아의 한 사제는 인공호흡기가 부족하자 교우들이 자신에게 마련해준 호흡기를 청년 환자에게 양보하고 스스로는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해집니다. 죽음의 어둠이 깊어 올수록 생명과 사랑을 통한 부활의 빛은 더욱 밝아옵니다. 간절하고 또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부활과 우리 모두의 부활을 기다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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