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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20200416()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사도 3,11-26 / 복음: 루카 24,35-48

 

세월호 성체.jpg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6년째 되는 날입니다.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이지만, 6년전 오늘은 성주간 수요일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봉사활동을 하던 성가복지병원의 한 병실 텔레비전을 통해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성삼일 전례를 위해 오전 근무를 마치고 본당으로 돌아갈 생각에 들떠있던 마음은 심란한 마음으로 바뀌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뉴스를 틀었습니다. 점차 이상하게 바뀌어가는 상황 보도를 보면서 심란한 마음이 분노의 마음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온 국민에게 아픔이 되어버린 416, 원인도 모른 채 자녀를 잃은 부모님들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날이 되었습니다. 야속하게도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에게는 부활의 시기에 이 날이 찾아옵니다. 서로 웃으며 축하의 인사를 나누기에는 그 아픔이 너무 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평화를 전하며 인사해 주시지만, 6년 전 오늘부터 매일이 전쟁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손과 발을 보여주시지만 우리에게는 시신조차 찾지 못한 희생자가 다섯이나 됩니다. 같이 음식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겠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부인을 잃은 사람을 홀아비’, 남편을 잃은 사람은 과부’, 부모를 잃은 사람은 고아라 부릅니다.

그런데 왜 자녀를 잃은 사람에게는 호칭이 없는지 아십니까?

세상 그 어떤 말로도 그 아픔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감히 가늠해 보기조차 어려운 아픔 앞에서 예수님의 부활은 그 힘을 잃는 듯 보입니다. 나의 아들, 딸이 더 이상 나와 함께 있지 않다는 슬픔은 예수님께서 되살아나시어 나와 함께 먹고 마시게 되었다는 기쁨보다 커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우리는 육신의 죽음을 뛰어넘는 희망을 얻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분께서 내가 잃은 그를 내가 사랑하는 것 보다 더 사랑해 주실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내 곁에는 없지만 예수님 곁에 있을 것이고, 나와 함께 밥을 먹지 못하지만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지만 예수님의 얼굴을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함께 살아계신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살아계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의 증인이 되라고 오늘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말로만 가벼이 던지는 부활 축하 인사로는 죽음을 이긴 부활의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함께 아파하며 위로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예수님께서 살아 함께 하심을 증명해야 합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 24,36)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이 평화가 내 마음에만 있지 않고 우리 안에 함께 하도록, 우리 안에만 있지 않고 우리가 떠나보낸 그들과도 함께 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한편 평화는 가만히 앉아서 누릴 수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나만 홀로 편안히 지내고자 하는 마음을 누르고 정의를 위해 행동할 때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와 같이 소수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무고한 학생들이 우리 곁을 떠나야 했던 불의한 비극 앞에서, 예수님의 평화의 인사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행동해야 합니다. 행동하기 위해서는 기억해야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버려야 합니다.

 

3년 전, 세월호가 인양되던 해의 부활대축일은 416일이었습니다. 이날 의정부 교구장님의 부활 메시지를 되새겨 봅니다.

 우리가 많이 탓해 왔듯이 대한민국호를 상징하는 세월호는 수많은 비리, 잘못된 관행 그리고 무책임함 같은 이 사회의 총체적인 잘못들이 침몰시킨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눈물로 애원하며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들과 국민, 그들의 진정한 마음을 외면했던 사람들....  부활은 우리가 진실과 정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지 않으면’(요한 12,24) 안 되는 우리의 결심과 행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들이 많이 있고, 세월호를 침몰시켰던 우리 사회의 더러운 돌들이 남아 있습니다. 무덤에 있던 돌들을 치우고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우리 사회의 많은 죄악의 돌들을 함께 치워나가야겠습니다.”

 

 

저희와 함께 살아계신 예수님,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당신 부활의 빛을 밝혀 주소서. 그 가족들에게는 위로의 은총을 주시고, 그들과 함께하는 이웃들에게는 이 땅에서 참된 정의와 평화를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하여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 살아계심과 같이 세월호의 희생자들과 함께 살아계심을 증거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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