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강론
2020년 4월 25일, 이규섭 스테파노 신부
찬미 예수님!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복음서가 쓰여진 과정과 역사는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곧 오실 줄 알았지만 예수님을 목격하며 살았던 “목격증인”들이 생을 마감하면서 “곧 오실” 예수님에 대한 의미와 해석을 새롭게 하면서 후대의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알려줄 의무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마르코는 자신이 보았던 예수님과 다른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예수님을 알려주어야 했습니다.
예수님이 누구인가? 어떻게 사셨는가? 무엇을 하셨는가? 어떤 가르침을 주셨는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셨는가?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수님과 함께 함으로서 표징을 얻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사람들의 말씀이 거짓이 아님을 예수님께서는 확증해 주셨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예수님 체험을 합니다. 신앙생활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나의 예수님은 언제 어디에 계셨을까요?
저는 가끔 예수님을 “뽐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랑 질”을 잘 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저는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주저하는 일이 많습니다.
의정부교구의 첫 신설성당인 대화마을 성당에서 첫 주임신부로 살았습니다. 건물도 없었습니다. 어깨까지 오는 풀만 무성한 땅이 있었습니다. 교우들은 “신부님이 계시고 교우가 있고 땅이 있는데 왜 성당을 못 짓습니까?”라며 건축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11월 23일 첫 삽을 떴습니다. 겨울이 오고 있었습니다. 성당부지는 미나리를 키웠던 전답이었습니다. 바닥에서 물이 솟아나는 땅이었습니다.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얼어버리면 위험한 건물이 되고 맙니다. 새집 하나도 만들어보지 않았던 저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훌륭한 교우들이 있었습니다. 첫눈이 오기 전에 바닥은 단단해져 있었고 지붕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판넬로 지어진 건물이지만 미사를 드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저도 변하고 있었습니다. 거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홍은2동 성당에 오르간을 교체한다면서 한 번 가보라고 합니다. 그 소식은 제 귀에서는 “오르간을 준답니다.”라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이것저것 모았습니다.
12월 24일 밤. 아기 예수님이 오시는 밤에 대화마을 성당 교우들은 모두 모여서 아기 예수님을 모시고 첫 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머리 속에는 “거봐! 나만 믿으면 다 되잖아!”라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습니다. 손을 허리춤에 올려놓고 폼 잡고 잘난척하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뽐쟁이”이신 예수님은 표징을 주셨고 확증해 주셨습니다. 복음을 믿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안될 것 같고 죽을 것 같은 일에 주님은 이루어지게 하고 살리십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를 살리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공동상속자로서 죽지 않고 예수님과 함께 영원히 살 것입니다.
이 기쁜 소식을 전하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