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6 부활 제3주일 강론 / 김동희 모이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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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일 강론
2020년 4월 26일, 김동희 모이세 신부
찬미 예수님!
정발지역 1,2,3구역 형제자매님들, 그리고 유투브로 함께 미사에 참례하시는 마두동 성당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일부터 매주일 미사를 유투브로 생중계합니다. 제 얼굴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듯하여 인사드리겠습니다. 새롭게 마두동 주임신부로 발령 받아온 김동희 모이세 신부입니다. 반갑습니다. 교우 여러분도 그러시지요?
좀 늦었지만 부활 인사도 드리겠습니다. “부활 축하드립니다.” 몇몇 분들과는 ‘톡’으로 부활인사를 나누었는데 저는 주로 이런 부활 인사를 건네곤 하였습니다. “부활 축하드립니다. 주님 부활과 더불어 우리 모두의 부활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아직 온전하진 않지만 제한적이나마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이렇게 재개되어 마두동 교우 여러분을 만나 뵐 수 있어서 무엇보다 하느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약 50년 전쯤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답니다. 일 년 중 한두 차례 본당 신부님이 공소를 방문하시곤 하였는데 그때에는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 마을에 남아 신부님을 기다렸답니다. 신부님이 오시면 어른들과 함께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미사에 참례하였지요. 미사 후에 신부님은 대개 공소회장님 댁에서 식사를 하곤 하였는데 늘 밥주발에 수북이 고봉밥을 담아 드렸답니다. 그러면 신부님은 그 밥을 절반 정도만 비우시고 자리를 뜨시곤 하셨는데, 이후 할머니와 엄마들은 그 남은 밥을 서로 제 자식에게 먹이려 하였다네요. 신부님이 남긴 밥을 먹으면 ‘명오가 열린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명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밝을 명, 깨달을 오, 명오(明悟)는 우리 가톨릭교회에서 자주 사용하던 옛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말은 먼저, ‘지성적 이해’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열 살 정도가 되면 명오가 열리니(이성적 사고가 가능하니) 그때 교리를 배워 첫영성체를 하게 하였습니다. 나아가 ‘깊고 밝은 깨달음’(꿰뚫어 깨달아 앎)의 뜻도 지닙니다. 신부님처럼 성서에 두루 능통하고 아는 것 모르는 것 가리지 않고(?) 말 잘하는 똑똑한 사람 되라고 그 남은 밥을 손주며 자식들에게 먹였겠지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은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 함께 걸으며 대화하다가 명오가 열립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 그리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부활의 소문을 뒤로하고 그들은 실의에 지쳐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라는 곳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슬그머니 나타나 그들과 동행하시며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나누느냐 물으십니다. 그러시고는 성경 전체를 예로 들며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야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간다’(십자가 없이 부활은 없다)는 것을 풀이해 주시지요. 그 말씀을 잘 알아듣고 마음에 용기가 솟았나 봅니다. 두 제자는 그 길에서 자신들의 마음이 뜨거웠었다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이 더 길을 가시려 하자 그들은 예수님을 붙잡았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묵어가시지요.”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그 집에 들어가 함께 식탁에 앉으셨는데,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시자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예수님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습니다.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에서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쪼개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이것을 받아먹으십시오, 이는 여러분을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입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고난을 받아들이시며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진리의 빛을 만날 때 찾아오는 명오도 강렬한 것이지만, 그것은 나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쏟아 붓는 사랑을 마주하게 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사랑이 참으로 우리를 눈뜨게 합니다. 그 사랑에 우리 영혼은 소스라쳐 일어나 새 삶을 살게 됩니다.
엠마오 제자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그동안 그토록 기다려온 ‘미사’와 닮았습니다. ‘말씀 전례’ 안에서 우리는 비추어지고 ‘성찬 전례’의 사랑 안에서 그 모든 말씀의 참됨과 풍요로움을 알게 됩니다. 나를 비추어주고 전율케 하는 말씀이 없다면 성찬례는 난해한 예식으로 남을 것이고,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사랑의 성찬례가 없다면 말씀은 한때 나의 지성을 관통한 찬란한 섬광에 불과할 것입니다. 말씀과 사랑, 그 둘이 만나야 우리 영혼에 무지개가 뜹니다.
제한적이나마 미사가 재개되었습니다. 익숙했던 그 미사의 가치를 새롭게 배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처럼 자유롭게 모든 미사를 개방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지역이 참여할 수 있는 미사 시간을 기억하고 꼭 그 미사의 은혜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개인으로든 가족으로든 성경을 읽고 공부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성경을 읽어야 예수 그리스도와 하느님이 나의 주님이 됩니다. 신앙생활은 의무적인 일이 아닙니다. 진리와 사랑의 기쁨을 만나 그것을 전하고 나누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이들이 한 분 한 분 늘어나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