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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간 월요일]

20200427()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사도 6,8-15 / 복음: 요한 6,22-29

조건없는 사랑.png

 

 

찬미예수님오늘은 부활 제3주간 월요일입니다기본이라는 것은 쉬운 듯 어렵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것이기에 가장 쉬워 보이지만, 그렇기에 그것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정성이 필요합니다. 오늘 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 신앙생활의 기본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 답을 알려주시는 듯합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요한 6,29)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자면 신앙의 기본은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고 계심을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통해 당신이 우리를 사랑하고 계심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자리는 그렇다면 어디일까요?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곳 미사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본만 잘 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상황으로 인해 지금처럼 한정된 교우들께서만 미사에 참례하고 계십니다. 이 마저도 아직 함께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한편 이러한 외적인 방해 말고 내적인 방해도 많습니다. 겉으로는 기본에 충실하고 있지만 사실상 내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상태를 자주 경험합니다. 나태, 교만, 불신, 시기 등 여러 가지 저의 내적인 나약함들 가운데 자주 성찰하게 되는 것은 욕심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요한 6,26) 저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제대와 인연이 깊습니다. 어릴 때부터 복사를 섰고, /고등학생 때에는 복사와 더불어 밴드 미사 반주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신앙의 기본을 지키게 해 주는 큰 원동력이었지요. 그런데 그것이 지나고 보니 기본을 지키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때에는 하느님 사랑의 표징을 보았기에 예수님을 찾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배를 배불리고픈 욕심이 더 컸음을 나이가 먹고 나서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에게 칭찬받는 것이 좋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을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느끼면서 그 배부름에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신부가 되고난 지금에도 크게 변화한 것은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좋은 평판과 인정에 저의 신앙생활이 좌우됩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이 기본이고 무엇이 부수적인 것인지 이제는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성체를 통해 당신을 조건 없이 내어주는 사랑이 먼저임을 점차 깨달아 갑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고 계심을 믿는 가운데 제가 할 수 있는 봉사와 희생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제가 지닌 인간적인 나약함 또한 그 사랑을 벗어나 따로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기본에 충실할 때에, 저를 포함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으로 나아가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표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닌 상대방을 채워주는 사랑의 표징이 되어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서로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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