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간 월요일 강론
2020년 5월 11일, 김동희 모이세 신부
“성령이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시리라.”
요한복음 14~17장을 성서학자들은 예수님의 ‘고별담화’라고 부릅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우리는 14장의 말씀을 조금씩 나누어 듣고 있지요. 요한복음의 순서에 따르면 13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후 유다의 배신을 예고하십니다. 그리고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새 계명을 주시고,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고 할 것을 예고하시지요.
이어서 14장에서 예수님은 작별을 앞두고 불안과 당혹감에 휩싸인 제자들을 격려하시며 중요한 가르침을 알뜰히도 챙겨주십니다. 수능시험 전 고액의 족집게 과외도 아마 이보단 못할 겁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그리고 이어지는 오늘 복음은 ‘성령을 약속’하시는 대목입니다. 그 약속에 앞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
사랑이 열쇠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죽 끓듯 제멋대로인 자신의 모든 변덕스러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이 지닌 조건과 태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사랑하기란 도무지 불가능한 일인 듯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보호자’요 ‘협조자’인 성령(파라클레토스)을 약속해 주십니다.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
성령께서 나의 눈과 귀를 열어 주님 사랑의 말씀과 손길을 알게 하고, 그로 말미암아 파도처럼 내 생애 위를 넘나들었던 온갖 사랑의 기억들이 불쑥불쑥 솟아나와 마음 깊은 곳에서 그리움과 감사, 찬미의 강물로 ‘쏴아~’ 하고 흐를 때면 사랑의 짐은 나날이 가벼워집니다. 눈을 씻고 주변을 돌아보면 사랑의 고수(高手)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들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겠지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즐겨 말씀하시는 ‘옆집의 성인들’입니다.
사랑받은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가진 것이 있어야 내어줄 수 있습니다. 사랑하지 마시고 먼저 사랑 받으셔요. 성령을 받으셔요. 부활시기는 성령강림 없이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