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5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강론 / 박준 야고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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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 남북통일 기원 미사]
2020년 06월 25일(목)
박준 야고보 신부
1독서: 신명 30,1-5 / 2독서: 에페 4,29―5,2 / 복음: 마태 18,19ㄴ-22
찬미예수님.
오늘로부터 70년 전 한반도 공동체는 두 갈래로 분열되었습니다. 전쟁 자체가 주는 물리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니고 있던 공동체성 자체에 금이 갔습니다. 상처는 세대를 뛰어 넘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 날 하느님께서 우리 한반도의 상처를 치유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또한 서로 화해하고 다시금 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 위한 각자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합니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갑니다. 그 통증이 심할수록 급히 병원을 찾습니다. 사고가 나도 병원에 갑니다. 상호간의 과실을 따지고 배상을 하거나 벌을 주는 일은 우선 다친 사람을 응급실로 데려간 후에 합니다.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처의 치유가 가장 우선적이고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잘못을 따지고 뉘우치는 것도 치유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그 반성은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니, 보다 쉬운 방법을 택하게 됩니다. 상대방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때에 궁극적인 목적을 간과하고 그저 과정이 편리한 쪽을 택하는 성향을 지닙니다. 작게는 쓰레기 분리수거에서부터, 냉장고나 서랍을 정리 할 때에, 하나하나 종류를 구분하는 것 보다는 모두 쓸어 담아 버리는 쪽이 쉬워 보입니다. 사람 사이의 큰 문제에도 같은 사고방식이 적용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와의 갈등이 생겼을 때에 서로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떠한 부분에서 오해가 생겼는지를 식별하는 작업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그저 원인을 모두 상대의 탓으로 돌리고 그를 마음과 눈에서 치워버리는 쪽을 택합니다.
한반도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쉬운 방법을 택하려다가 궁극적인 목적을 잊으면 안 됩니다. 상대를 악역으로 만들어 치워버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바라는 것이 한반도 ‘단일체’ 혹은 ‘합일체’라면 그렇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라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고유함을 잃지 않은 채 서로 하나를 이루는 것입니다. 마치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은 어렵습니다. 서로 닮은 면도 있지만 분명 너무나 다른 면도 있음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진정한 화해와 일치가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의 모델이 삼위일체 하느님이라는 점에서 이미 이 일은 우리만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1독서의 말씀처럼 민족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것은 하느님이 직접 행하시는 일입니다.(참조: 신명 30,3) 그리고 2독서의 말씀처럼 서로를 용서하여 하나가 되는 것은 하느님을 본받는 일입니다.(참조: 에페 4,32-5,1) 더불어 복음의 말씀처럼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실 때에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우리들 노력의 끝은 기도로 향하게 됩니다. 둘이나 셋이 당신의 이름으로 기도할 때에 함께 계시겠다던 예수님의 약속을 믿으며 오늘 저녁 9시에도 우리는 그 자리가 어디이던 남북의 형제 자매들을 위해 주모경을 바칠 것입니다.
한반도 공동체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공동체라고 한다면, 매일 나의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내가 사랑의 마음으로 나의 부모, 자식, 친구, 동료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듯, 한반도에도 진정한 일치가 찾아오기를 나의 일처럼 은총으로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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