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7 사순 제3주간 화요일 강론 / 박준 야고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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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간 화요일]
2020년 03월 17일(화)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다니 3,25.34-43 / 복음: 마태 18,21-35
+ 찬미예수님
저희에게는 제후도 예언자도 지도자도 없고
번제물도 희생 제물도 예물도 분향도 없으며
당신께 제물을 바쳐 자비를 얻을 곳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희의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보시어
저희를 숫양과 황소의 번제물로, 수만 마리의 살진 양으로 받아 주소서.
이것이 오늘 저희가 당신께 바치는 희생 제물이 되어
당신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하소서.
오늘 독서 가운데 이 말씀이 무척 와 닿습니다. 재를 얹는 예식도, 십자가의 길도, 심지어 공동체가 모여 주일미사도 봉헌하지 못하며 보내는 사순시기 이지만, 그 모든 행위들의 시작에는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사람의 겸손이 있어야 함을 느끼게 하는 요즘이고 또 그러한 성경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복음을 묵상하면서는 문득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첫 번째 종과 같이 하느님은 우리에게 큰 사랑을 부어주십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심지어 가족들과 자기 자신을 팔아야 겨우 값을 수 있는 큰 빚을 그저 ‘가엾은 마음’ 때문에 탕감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있는 여러 나약함으로 그 모든 것이 새어 나갑니다. 그 사랑을 받고 돌아서자마자 이웃에게 악행을 저지릅니다. 하느님 입장에서 얼마나 허탈하실지...
우리가 밑 빠진 독처럼 나약함을 아시면서도 예수님은 한계를 두지 말고 하느님이 하신 것처럼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라 하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도 그 자비를 거두실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너무나 무리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예수님께서 불가능한 과제를 내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신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는 선물이 주어졌음을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중에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내용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강론이 ‘영화 리뷰’가 되어버릴 것 같고,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배운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독을 연못에 던져라’하는 것입니다. 마치 밑이 빠진 듯 늘 죄로 기우는 우리 자신도 하느님 자비로 가득 채울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이유는, 당신에게 던져진 우리를 그저 받아주시는 하느님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재의 예식도, 십자가의 길도, 미사도 할 수 없는 우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자비로 우리를 품어주시는 하느님을 오늘 복음을 통해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