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30 사순 제5주간 월요일 강론 / 박준 야고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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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월요일]
2020년 03월 30일(월)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다니 13,1-9.15-17.19-30.33-62 / 복음: 요한 8,1-11
찬미예수님. 안녕하신지요? 새로운 한 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말 동안 찾아왔던 꽃샘추위에 혹여 감기에 걸리신 분은 안 계시겠지요? 지난 토요일, 같은 층에 살고계신 임용훈 티모테오 신부님께서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 ‘도나텔로’라는 인물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국의 도자기 명인들이 성에 차지 않는 작품을 과감히 깨어 버렸듯, 그는 작품을 사러 온 사람이 작품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 주지 않을 때마다 그 작품을 망치로 깨부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를 묘사하는 상징은 ‘망치’가 되었습니다.
위의 조각은 그의 작품 가운데 하나인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입니다. 성경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인물은 여러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마태오복음과 요한복음이 전하듯 예수님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한 충실하고 영광된 제자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 루카복음 7장에서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죄를 용서받은 여인이 마리아 막달레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또한 8장에서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루카 8,2)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예수님의 승천 후 그녀가 프랑스에서 전교 하다가 30년 동안 동굴에 머물며 ‘참회’ 했다는 전설로 인해 ‘참회하는 여인’의 이미지가 강해진 것 같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동일 인물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이 조각상을 통해 오늘 복음에서의 예수님과 여인의 감정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조각상은 언뜻 보면 성경의 인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추한 몰골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를 연상케도 합니다. 누더기처럼 보이는 겉옷이 마치 ‘녹아내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의 여인의 마음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가 다니엘서의 수산나처럼 ‘누명’을 쓴 것인지(매일미사 ‘오늘의 묵상’ 참조) 아니면 실제로 죄를 짓기는 하였지만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잔혹한 현실이었는지, 혹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그렇게 살아 왔는지, ‘팩트’를 알 길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이었든지 그의 고통과 비참한 마음, 혹은 반성하고 참회하는 그 마음은 마치 온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여인에게 깊은 공감의 마음을 보여주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요한 8,11) 스스로 죄 많은 인간임을 아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죄 없는 자가 먼저 쳐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하나씩 자리를 떠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나도’ 단죄하지 않겠다하시니, 당신 스스로를 죄 많은 인간 가운데 하나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죄로 인한 고통과 비참한 마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지만 하느님께는 예외임에도, 예수님은 그 비참한 마음을 당신의 것으로 삼으십니다. 그 고통과 비참함, 뉘우치고 스스로를 낮추이는 마음에 동참해 주십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교가 믿는 하느님의 ‘매력’입니다. 모든 것에 완벽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이성적인 신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시는 분. 당신 자신을 죄인 가운데 하나로 여기심으로써 진짜 죄인인 우리를 용서해 주시는 분. 이러한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시며 구세주이심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은총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