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4 부활 제2주간 금요일 강론 / 박준 야고보 신부
첨부 '1' |
---|
[부활 제2주간 금요일]
2020년 04월 24일(금)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사도 5,34-42 / 복음: 요한 6,1-15
찬미예수님!
정말 오랜만에 교우분들과 함께 봉헌하는 미사를 준비하면서 신이 났습니다. 비록 한정된 분들만 함께 하고 계시지만, 미사가 재개될 수 있을 만큼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되었음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연하게도 저는 지난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교구청에서 진행된 새 사제 교육에 다녀왔습니다. 본당에서의 사목이 교구청의 각 부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배우는 시간이었는데요. 마침 연수와 함께 미사가 재개되니 이제 정말 ‘새 신부’로서의 삶이 시작이라고 여러 신부님들께서 축하와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오늘 교우분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성사를 통해 전해지는 예수님의 사랑과 그에 대한 저의 믿음을 새롭게 해 봅니다.
지난 부활 제 2주일, 토마스 사도에게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하신 예수님의 말씀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번 한 주간의 복음들은 ‘믿음’을 주제로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빵을 배불리 먹은 군중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으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요한 6,14)
그런데 이 기적 이야기를 그저 듣고 믿어야 하는 저로서는 솔직히 조금 어렵습니다. 토마스 사도처럼 ‘어떻게?’ 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어느 시점에 빵과 물고기가 늘어났을까?’하는 엉뚱한 호기심만 생깁니다. 그러나 이 복음을 통해 저에게 주어지는 것은 빵이 늘어났다는 과학적 사실에 대한 지식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빵의 형태로 내어주면서까지 우리와 함께 있고자 하신다는,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진리에 대한 믿음입니다. 결국 이 복음을 통해 우리가 믿게 되는 것은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주는, 그 사랑에 대한 믿음을 굳게 해 주는 것은 늘어난 빵이 아닌 예수님의 몸과 피 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함께 모여 봉헌하는 이 성체성사를 통해서 예수님이 늘 나와 함께 하시며 사랑해 주고 계심을 느끼고 확신합니다. 저는 미사가 중지되고 이렇게 다시 재개되는 이 시기를 보내면서 성체 성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오늘 미사를 준비하면서 문득 미사 통상문의 한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사제는 강론 후에 빵과 포도주를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바칩니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땅을 일구어 얻은 이 빵을 주님께 바치오니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
이 작은 빵 조각이 예수님의 몸이자 생명의 양식이 되고,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려면 공동체가 ‘함께’ 땅을 일구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이 허락해 주셔야 합니다. 나만 있어도 안 되고, 우리끼리만 있어도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는 우리 공동체 안에서 이 빵은 생명의 양식이 됩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이후에 우리는 후유증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리두기’가 몸에도 배고, 마음에까지 배어버리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고 나아가 ‘나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마음’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일 때 예수님의 사랑이 나에게도 전달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코로나19가 우리의 마음까지 지배하지 않도록 힘을 내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