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2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강론 / 김동희 모이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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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6주간 금요일 강론
2020년 5월 22일, 김동희 모이세 신부
찬미예수님!
오늘은 제 강론이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부활 제6주간 금요일’(2013년 5월 10일) 강론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역대 교회문헌 가운데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에 관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2013.11.24.)을 저희에게 주신 분이시죠. 그 이후 ‘가정과 혼인’을 주제로 열렸던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권고 『사랑의 기쁨』(2016.3.19.), ‘현대 세계에서 성덕에 관한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2018.3.19.) 등 ‘기쁨 시리즈’가 이어졌으니, 후대에 교황님은 ‘기쁨의 교황’이라 불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해산할 때에 여자는 근심에 싸인다.
진통의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으면,
사람 하나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기쁨으로 그 고통을 잊어버린다.
이처럼 너희도 지금은 근심에 싸여 있다.
그러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그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오늘 복음에서 ‘기쁨’에 초점을 맞춰 ‘그리스도인의 기쁨’이 무엇이며, 또 어떠해야 하는지 자분자분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그 말씀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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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기쁨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기쁨은 변화무쌍한 동기들에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고 내면을 채우시는 주님의 선물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참된 기쁨의, 예수님께서 주시는 기쁨의 증인이어야 하지요. 그리스도인은 기쁨의 사람입니다. 이것은 이 시기에 특별한 방식으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고, 교회가 가르쳐 줍니다.
이 기쁨은 무엇일까요? 즐거움일까요? 아닙니다. 즐거움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즐거움은 좋은 것이지요. 즐거워하는 것은 좋은 거예요. 하지만 기쁨은 그 이상이고 다른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동기에서, 순간의 동기에서 오지는 않지요. 더 깊은 것입니다. 선물이에요. 우리가 매 순간 즐겁게 살고 싶다면 즐거움은 마침내 가벼움과 피상성으로 변하지요. 또한 그리스도적 지혜가 부족한 상태로 우리를 이끌어가고 우리를 좀 멍청하고 순진하게 만듭니다. 그렇지 않나요? 이 모든 것이 즐거움이죠. 그런데 아닙니다. 기쁨은 다른 거예요. 기쁨은 주님의 선물입니다. 기쁨은 우리를 안으로부터 채워주지요. 그것은 성령의 도유와도 같습니다. 이 기쁨은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아버지와 함께 계신다는 확신에서 옵니다.
기쁨에 찬 인간은 확신이 있는 인간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 아버지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확신하지요. 그런데 이 기쁨을 영원히 가지기 위해서 좀 병에 담아 둘 수도 있을까요? 아닙니다. 우리가 오로지 우리 자신만을 위해서 이 기쁨을 갖고 싶다면 마침내는 병이 나서 우리의 마음은 헝클어지고 우리 얼굴은 그 커다란 기쁨을 전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한 향수를, 그 우울을 전하게 됩니다.
우울한 그리스도인들은 종종 멋진 삶을 살아가는 기쁨에 찬 사람들 특유의 고유한 얼굴을 하기보다는 식초에 절인 고추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요. 기쁨은 정지해 있을 수 없습니다. 움직여 가야 해요. 기쁨은 순례하는 덕입니다. 기쁨은 걸어가는 선물, 삶의 길을 걸어가는,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는 선물입니다. 곧 예수님을 선포하기입니다. 기쁨은 길을 멀리 가고 길을 확장합니다. 바로 위대한 사람들의 덕이지요. 왜소함을 넘어선, 이 인간적 작음을 넘어선 위대한 사람들, 공동체 안의, 교회 안의 작은 일들에 휘말리지 않는 위대한 사람들의 덕이에요. 그들은 항상 지평선을 바라봅니다.
기쁨은 순례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기쁘게 노래하고 걸으며 이 기쁨을 전합니다. 기쁨은 길 위의 덕이지요. 아니 덕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선물입니다. 우리를 너그러움의 덕으로 인도하는 선물이에요. 그리스도인은 너그러우며 소심할 수 없습니다. 관대해요. 바로 너그러움이 살아 있는 덕이며,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덕이지요. 성령이 충만한 정신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께 청해야 할 은총이지요. 기쁨은요. 요즘 특별히 교회는 우리에게 기쁨을 청하고 갈망도 청하도록 권고합니다. 소망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큰 기쁨이 올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갈망의 사람입니다. 살아가면서 점점 더 많이 갈망하십시오. 주님께 이 은총을, 이 성령의 선물을 청합시다. 그리스도적 기쁨을요. 슬픔과도 거리가 멀고 단순한 즐거움과도 거리가 멀죠. 그건 다른 거예요. 그것은 청해야 할 은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