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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20200529()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묵시 12,10-12ㄱ 복음요한 12,24-26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jpg

 

 

찬미예수님. 오늘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입니다.

신학교에도 다른 본당들과 비슷하게 1년에 두 번의 이 있습니다. 5월에 하는 성모의 밤, 그리고 9월 순교자 성월에 하는 순교자의 밤입니다. 그리고 각 성월 마다 헌시를 공모하여 당선된 신학생이 그 달의 밤 예식 때 낭독하게 됩니다. 지난해 9, 저는 신학교에서의 마지막 순교자의 밤 예식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여섯 번의 순교자의 밤과 다를 것 없는 예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모전에 당선된 1학년 신학생의 헌시 낭독을 들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평소 제가 잘 하지 않는 행동이기에 제 스스로도 놀라, 이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직 하느님을 위해서, 그분의 진리를 위해서 앞뒤 계산 하지 않고 자신을 투신한 순교자들의 마음과,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라고 교가를 부르며 이제 막 신학교에 입학한 그 앳된 신입생의 마음이 저에게 전해졌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가 된 그들의 숭고한 마음 앞에서, 이제 곧 사제품을 받게 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부끄럽기도, 두렵기도 그리고 감격스럽기도 하여 눈물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나는 과연 진정 내 삶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깨끗이 바칠 수 있을 것인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5)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제 자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렸던 것일까요? 사실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이 삶을 사랑하는 것은 마땅한 도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방식이겠지요.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한국의 순교자들은 무엇이 스스로를 참되게 사랑하는 방법인지 알려줍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복자 윤지충 바오로는 조상 제사를 금지하는 당시 교회의 명령에 따라 신주(神主)를 불태우고 어머니의 장례를 천주교 예법에 따라 치렀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의 첫 순교자가 되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복자께서는 오래지 않아 가장 친하게 지내던 이들로부터는 불효자로 지목되었고, 이웃들로부터는 인성(人性)의 모든 감정을 배반한 사람으로 손가락질을 당하고 모욕을 당했다고 합니다.

 

 

제가 만일 복자였다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나로 인해 펼쳐질 여러 복잡한 일들이 두려워 그런 용감한 행동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순교 성인들은 알고 계셨습니다나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들을 계산하지 않고, 나를 포장하고 있는 많은 가면들에 집착하지 않으며 오히려 참된 를 살게 해 주시는 분을 위해 그것들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진정 자신의 목숨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날 그분들과 같이 나의 생명을 바쳐 신앙을 증거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이미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교회 조직 안에서 사랑의 실천이라는 이유만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말하고 행동하다가는 오히려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일상에서도 우리가 내려놓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나를 살게 하시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위해 내가 소유하고, 집착하는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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